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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노무현

Posted 2009/05/26 17:00 by 구공(俱空)

(내가 아는 것은 없다. 모두 다 나의 느낌이며 생각이다. 소설이라 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들추어내지 않아도 우리나라 정치역사는 물론 소시민들에게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 지 혹은 느낄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로서의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세상을 향해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아버지로서는 빵점이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당당했지만 가족에만은 당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족의 희생이 안타까웠지만 가족의 희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당당한 자신의 모습이 가족이 감당해야 할 희생을 보상해 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는 어느 날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 그로서 그 동안 가족이 치러왔던 희생에 어느 정도 보상을 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가족의 희생은 줄지 않았다. 그도 예상을 못했으리라. 나라와 국민을 돌보는 대신 가족을 돌보지 못한 못난 아버지의 고민은 컷으리라.

그의 가족에 대한 고민은 부인의 몫이 되었으리라. 밖의 일만 신경쓴 남편을 둔 덕에 진저리나는 생활의 모순은 모두 부인이 감당해야 했으리라. 빚을 갚아야 했고 아들의 공부를 도와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어도 해결은 쉽지 않았으리라. 엄마로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주변의 유혹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나와 당신만을 생각하는 나의 어머니, 당신의 어머니와 같이 말이다. 결국 하지는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질렀다. 만약 그녀가 나의 어머니와 같이 평범했다면 그녀가 저지른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대통령이었기에 그녀의 행동은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넓은 세상을 가슴에 품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결국 그가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대통령이 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자신은 대통령이 되고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동안, 수십년이 지났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힘으로 그는 세상에 대한 목소리를 키워나갔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어도 그의 고민은 해결되지 못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못한 것 같은 일종의 낭패감을 느끼며 살아왔을 그에게 수십년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일들이 세상에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수십년간 살피지 못한 가족사가 세상의 지탄을 받는 광경을 지켜보며 과연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십년 동안 지켜주지 못한 가족을, 나는 깨끗하다며 한 발쯤 물러나 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을 아버지가 있을 것인가?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그렇다고 가족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의 품에 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죽음은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지만 이제 그의 가족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그가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그의 죽음을 향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한 술의 밥을 넣으며 삶을 지탱하며 고통받을 가족들을 어떻게 보겠는가? 그의 죽음은 한 가족의 아버지로서, 그의 가족에게 닥쳐올 고통을 막기 위한, 나와 당신같은 세상을 품느라 그동안 품지 못했던 가족을 영원히 품으려는 그의 선택일 것이다. 이것이 그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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